나만의 편지 미신

그 왜 그런 미신들 있잖아요. 꼭 내가 경기를 보면 지더라—같은.. ai가 인류를 이기고 지구 1짱이 되네마네하는 시대에 미신이라뇨? 하지만 진짜 그런것 같은 걸요.. 왠지 자꾸 지는 것 같고..😇

그래서 저도 요즘 아주 유용한 미신을 하나 마련했죠. 그것은 바로 <편지는 퇴고하지 않는다>입니다 후후.. 이게 무슨 글 쓰시는 분들 복장터지는 소리냐구요..?

생각해보면 그랬거든요. 지금까지 쭉 편지를 써오며 느꼈던 건, 갓 구운 빵처럼, 갓 나온 글이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을 가장 잘 담은 것 같다—였습니다.

급류처럼 흘러넘치는 그 사람에 대한 감정에 온전히 저를 맡기고, 한참을 쏟아낸 뒤 어지러이 내린 비처럼 쓰인 편지를 보면, 종이 위 글씨가 아지랑이처럼 이글거린다고 할까요? 글자 사이사이로 떠올렸던 의미, 생각, 순간들이 일렁이는 느낌이었죠.

물론 퇴고도 몇 번 해봤죠. 근데 이상하게 퇴고를 하면 할수록 그 순간의 그 감정, 그 느낌이 희미해지는 느낌이더라구요. 분명 뭔가 단정해지는 듯은 한데.. 토씨 하나, 순서 하나 바꿀때마다 그 미묘했던 그 순간의 감정들이 글자들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 같았죠.

그래서 '지금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이 가장 잘 담긴 건 날 것 그대로의 편지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절때 퇴고가 귀찮거나, 힘들어서는 아니구요~~키키^^ 물론 비문에, 맥락없는 이야기에... 글이야 조금 못날 순 있겠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도 똑같더라구요. 그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생각하다 보면 뜬금없이 그가 보여준 웃긴 표정이 생각나기도 하고. 나는 배도 벅벅 긁고, 누가 안보면 입 찢어지게 하품도 하는데, "저는 퇴근 후 샐러드를 먹구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 30분을 달려요. 하하"같은 소개팅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들로만 편지가 채워진다면. 그게 진짜 내 마음은 아닐테잖아요?

그래서 규칙을 세웠죠. 정말 이건 내 사회적 평판이 떨어질만한 맞춤법 오류나 표현이다—딱 그정도만 고치는 걸로. 모든 건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의 의미를 떠올리며 들었던 내 마음 그 순간 그대로 담아 전하는 걸로.

물론 받는 분은 조금 힘드실수도.. 있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사람을 믿기 때문에 그렇게 쓸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헤헤^^

혹시나 편지가 너무 어색하다거나, 잘써야 겠다는 마음이 너무 커 펜을 잡고도 빈 종이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제 말도 안되는 미신이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작은 소망이 하나 더 있다면 제 편지를 읽어주시는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휴 저저저~ 저거 편지 쓴거 봐라, 저것도 편지라고 쓰는데.. 내가 더 잘쓰겠다. 내가 시범 보여줄께 쯧쯧"

나만의편지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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