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할머니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 앞면
할머니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 뒷면

할머니 안녕하세요?

이런,, 이제 제가 서른 네살이니, 34년만에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네요. 너무 늦었죠?

요즘 편지를 좀 많이 써보려 하고 있어요. 숙현이나, 엄마아빠 생일날은 간간히 썼는데, 그냥 편지를 쓰면서 받는 사람이 제게 어떤 의미였는지 떠올리고 생각하는게 참 좋더라구요. 

그러다 어떤 분이 자기 할머니는 글을 못읽지만 편지 받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글을 읽으시는지도 모르는 손자였군요. 뭐 안되면 조금 챙피하겠지만 목소리로 읽어드리면 되겠죠? 

가끔씩 할머니의 일상을 상상할때가 있어요. 명절이나 방학 때 찾아뵙지만, 그때 잠깐 북적이곤 늘 조용할 집을 떠올려요. 전에는 시장이라도 나가셨지만, 이제는 거기도 못나가시니.. 자주 찾아가고 그럼 좋겠지만, 참 쉽지 않네요. 전화라도 자주 드릴께요. 

이상하게 저는 할머니 집을 떠올리면 마당 흙 속에 묻혀있던 꼬막 껍질들이 생각 나요. 이젠 자갈로 덮어버려 찾아볼 수 없지만.. 사람도 많고 북적북적하던 시절, 어떤 잔치날 묻힌 꼬막일까요. 하나둘 모두 떠나보내고 이젠 비어버린 집을 슬프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이 가끔씩 집을 떠올리고 있음을 생각해주시길.. 

서른 네번의 해가 지났지만, 그리고 그 동안 매번 할머니를 봐왔지만, 참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번에 양념치킨 닭다리 하나 다드시고 또 한 조각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할머니가 양념치킨을 좋아하셨을 줄이야.. 늦었지만 이제라도 조금씩 알게되어서 참 좋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들어요. 

이번 여름엔 아마 내려가지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편지를 쓰고나니 괜히 더 죄송한 마음이네요.. 하하.. 추석 때는 양념치킨 사들고 내려갈께요. 사이사이 전화도 드리고요. 심심하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고향은 언제나 마음 속에 있다고 하듯, 문득 떠올리는 고향은 늘 좋은 곳이었어요. 그곳에 계속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많이많이 사랑해요

- 손자 만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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