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쪄죽진 않으셨는지요

앞으로 있을 여름 중 가장 시원할 거라는 올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엊그제 집을 나서는 데 미묘하게나마 바람이 시원해진 것 같던데, 아내에게 얘기하니 (-_-?) 이런 표정을 짓더라구요..😇

열대 기후를 닮아가는 올 여름의 편지백과, hui(@66e65141)님께서 일본의 좋은 여름 풍습을 알려주셔서 놓칠 수 없었습니다. 바로 쇼추 미마이(暑中見舞い)와 잔쇼 미마이(残暑見舞い)로 알려진, 짤막한 여름 문안 인사 엽서죠.

쇼추 미마이에 대한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뭔가 금붕어, 잉어나 수박 같은 게 쇼추 미마이의 단골 손님인 듯 하다..

이름은 비슷해 보이는데, 무슨 차이 인 걸까요? 앞 부분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더라구요. 暑中(더위 한가운데) vs 残暑(남은 더위) 즉, 우리나라로 치면 그냥 뜨거운🌞 한여름 편지와, 가을로 넘어갈듯말듯 하지만 여전히 더운 늦여름 편지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일자로는 7월 7일(소서) 부터 8월 7일(입추) 사이는 쇼추 미마이, 그 뒤 부터 늦어도 9월 7일(処暑の候, 처서에서 백로 사이 정도)까지 보내는 건 잔쇼 미마이라 부르고 있어요.

즉, 제가 지금 여러분께 보내는 편지는 바로 잔쇼 미마이가 되는거죠🤟

그런데 왜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요? 저도 나름 상상하길, 일본은 진짜 짱 더우니까 생긴건가? 그럼 사하라 사막의 부족들도 이런 풍습이 있을지도? 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일본에는 오본(お盆)이라 하여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는데요. 우리처럼 조상님들을 모시기 위해 다같이 모이는 날을 정했다고 해요. 그런데 멀리 살고 어쩌고 하면 오기 힘들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에도 시대 즈음 부터는 선물을 전달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해요. 그리고 이게 차츰 간소화되어 편지로 변한거죠.

그런데 하필 오본의 날짜가 8월 15일 즈음이니, 여름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겠죠? 뭐, 멀리있어 자주 못보는.. 야아악간 서먹서먹한 사이라면, 날씨 이야기가 최고기도 하죠..^^

무튼 일본도 요즘은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많이 쓰다보니, 이런 풍습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편지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쇼추/잔쇼 미마이를 위한 엽서나 굿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음들, 기록하고 알려서 잘 이어나가보려구요.

참고자료

남아있는 여름, 안부 인사드립니다

습기를 한껏 머금은 먹구름이 몰려와 잠시나마 시원한 장대비를 쏟아주길 기대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늘 별것도 아닌 편지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 아내, 해든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천천히 옅어지는 여름이 아쉬워지는 시간 속에서, 아무쪼록 스친님들 모두 몸 잘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8월

일본의 쇼추 미마이 스타일로 작성한 여름 문안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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