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벤치를 기억하시나요?

저희 아파트는 와이프와 저보다 나이가 많죠. 덕분에 나무며 풀들이 기가맥힙니다.

은행나무는 5층 베란다까지 키가 커버렸죠. 가을이 되면 플라타너스가 얼굴을 가릴만큼 넓적한 잎들로 길을 가득 채우고요. 목련 아래에 서면 상앗빛 봄 눈이 내리고,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메타세콰이어까지..

엊그젠 꽤나 더웠는지 놀이터엔 개미 기어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하더군요. 한 쪽엔 무성하게 늘어진 등나무 덩굴이 있는데,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뒤로 빛나는 초록 잎들이 마음을 사로잡더랬죠

비도 막아주지 못해 그런건지, 겨울이면 앙상하니 뼈만 서있는게 보기싫었는지, 이젠 햇빛 가릴만큼 자랄 때까지 기다려 줄 마음은 없는건지.. 보기 힘들어진 등나무 벤치가 괜스레 더 사랑스럽네요

이젠 없어져버린,, 어릴적 살던 아파트 등나무 아래서 듣던 모래밭 빗소리와, 평상 위 맺힌 빗방울들과, 더위를 식혀준 시원한 빗내음은 마음 속에만 남아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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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벤치를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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