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치와 자유로운 생각

저는 시간의 힘을 믿습니다. 그 힘이란 곧 우리의 선조들이 나무껍질을 하나씩 뜯어먹어 보며 찾은 아스피린이자,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 남긴 평생의 결혼 생활에 대한 마지막 위트이며, 두 사람을 기대여 사람 인(人)을 만든 지혜입니다. 

와이프에게 등짝 맞을 이야길 수도 있지만 제가 결혼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수많은 선조들이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몇몇 조상분들은 결혼에 대한 아주 진지한 경고도 많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했고 또 하도록 전해져 내려왔다는 것, 이 소박한 약속과 축하에서 시작한 의식이 인류라는 긴 강을 따라 흘러 내려온 건 분명 가치가 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결혼은 제 삶을 바꿨습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나를 사용한다는 것, 어떤 시간 속에 함께-같이 존재한다는 것, 문득 바라본 소파 오른편에 나와 눈 마주쳐 줄 누군가가 늘 있다는 것. 혼자였을 땐 보이지 않았던, 충만함과 행복의 향유(香油)는 제 삶 한 가운데 따스함의 등불을 켰습니다. 

세상은 변해가고 있습니다. 바람을 반대로 불게 할 순 없겠죠. 소중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나, 약간의 여유라든지, 가족, 함께하는 소박한 시간 같은 오래된 가치들은 점차 잊혀지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것들을 조금이나마 붙잡아보려, 그리고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말해보려 합니다. 

편지 한 장에 얼마나 잘 담을 수 있을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믿고, 쌓이는 먼지에 후- 한 번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 일,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었지만 결국 오래된 가치에 대한 저의 생각들, 그리고 그걸 쫓았던 삶의 순간들 그 자체가 제 가장 큰 결과물이자 흔적이며, 앞으로도 이어질 guiding light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가치 속에서 저는 자유로웠고 행복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저의 얘기일 뿐, 각자만의 모양과 취향으로 행복에 물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선조들 중 제가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러셀 할아버지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의역은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신념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신념을 유지하는 방식이 무엇인지가 그 사람을 freethinker로 만든다. 만약 어렸을 때 연장자가 옳다 했기 때문에 그것을 믿는다거나, 믿고 있던 걸 버리면 불행해질 것 같아 그것을 믿는다면, 그의 생각은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모든 근거들을 깊이 생각해 보고 끝내 그것을 골랐다면, 그 결론이 아무리 이상하든 간에 그의 생각은 자유로운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자유사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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